아빠의 시선으로 본 육아
오늘도 늦은 시간에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걸 지켜보며 블로그 포스팅 주제를 생각하다가 어떤 목적이 아닌,
잠들어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서 포스팅을 합니다.
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일입니다.
그 이야기엔 웃음도 있고, 눈물도 있고, 때로는 반성도 있죠.
요즘 우리 첫째 딸을 보며 참 많은 감정을 느낍니다.
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, 이제는 제법 자기 생각도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구나 싶기도 하고요.
며칠 전엔 개인 용무를 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딸아이가 제게 다가오더니,
“아빠~ 오늘은 내가 그림 그린 거 보여줄게!” 하며 그림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.
도화지 한가득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엔 아빠, 엄마, 동생, 그리고 본인이 활짝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어요.
그 그림을 보는데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갔습니다.
육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도, 밀린 집안일도 다 잊게 만드는 순간이었죠.
아이가 전해주는 이 작고 순수한 마음이,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.
또 한 번은 앉아있는데 아빠한테 줄 것이 있다며 자기가 직접 아빠를 위해 그렸다고 하며 보여줬던 그림이 있었는데,
그 그림을 받고 첫째 딸아이를 껴안아주는데 너무 가슴 벅찬 감동과 눈물을 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.
요즘 아이는 표현력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.
그림을 통해 자기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고,
말로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툭툭 꺼내놓는 것 같아요.
어느 날은 슬픈 얼굴의 아빠를 그려놓고는 “아빠가 일 많이 해서 슬퍼 보여서 그렸어”라고 하더군요.
그림을 보며 울컥했습니다.
말로는 괜찮다고 해도, 아이 눈엔 제가 지쳐 보였던 거겠죠.
또한 이 부분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건데 마트에 장 보러 가며,
그동안 천 원, 만원 모았던 돈으로 가은이가 보고 싶은 책을 사겠다고 하여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해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.
그런데 아빠가 차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딸이 갑자기 토미가 진열대로 갑니다.
갑자기 두 개를 집더니 아빠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자기 용돈으로 사주겠다고 합니다.
평소에 갖고 싶었던 미니카를 받아서 기쁜 마음보다 딸아이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,
큰 감동으로 와닿아 아직 포장지도 뜯지 못하고 제 방 눈높이에 두고 항상 지켜보며 생각합니다.
이 토미카를 받으며 저는 가은이에게 말했습니다.
"아빠가 꼭 성공하고 여유가 생기면 테슬라 타는 아빠가 될게" 하고요.
물론 가은이는 아직 철없는 말도 많이 합니다.
“아빠는 왜 배가 많이 나왔어?”라든가, “나 엄마랑 키 차이 별로 안 나네?” 같은 말을 하며 깔깔대기도 하고요.
가끔은 아빠를 살짝 놀리듯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, 그 모든 게 사랑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.
그리고 그런 말들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쌓이겠지요.
가끔은 육아가 버겁고, 지칠 때도 있습니다.
하지만 아이의 눈을 마주치고, 손을 꼭 잡고,
그림 한 장을 같이 바라보는 그 순간, 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.
이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,
이 작은 손이 나를 믿고 따르고 있다는 것,
그 자체가 내 삶의 가장 큰 위로이자 이유가 되어 주니까요.
앞으로도 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모아두고 싶습니다.
그림 속에 담긴 감정들과 순간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.
언젠가 딸아이가 더 커서 이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된다면,
“아, 나 어릴 때 이런 마음이었구나” 하고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.
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똑같이 미소 지으며 말해주고 싶습니다.
“우리 딸, 정말 멋지게 자랐구나.”
새벽시간에 원래 감수성이 좀 짙어지는 것 같은데 곧 날이 밝으면 중요한 일이 있다 보니 걱정도 되고,
자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.
얼른 자야 하는데 말이죠.